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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중- 현기영, 순이삼촌

느티21 2023. 1. 6. 20:24

2023.1.6~

현기영, "순이삼촌", 창작과비평, 초판 1979년. 

새해부터는 일반 서적을 좀 더 열심히 읽자 다짐하고 있다. 오늘 아침 문득 읽고 싶어져서 펴든 책이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 기상후 정신차리면서 운동가기전에 ‘순이삼촌’의 표제작을 읽었다. 사실 이게 단편소설집이라는 것도 최근에 알았으니, 책을 사놓고서도 얼마나 무심했는지, 스스로 반성했다.

지난달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며 오랫만에 4.3평화공원을 찾아 안쪽 묘지까지 돌아봤다. 예전에도 겨울날 늦은 오후에 방문했던터라 느꼈던 을씨년스러움과, 이름없는 이들의 묘비명 생각이 나서 이 책을 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화자가, 집안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땅에 닿는 것은 "나 자신이 고향을 찾은 게 아니라 거꾸로 고향이 나를 찾아온 것처럼 어리둥절하고 낭패스러웠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살이에 젖어든 화자가, 버스를 타고 일주도로를 지나며 제주어 단어들을 되내어보는 장면. 

어린시절,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이면 제사를 준비하고 한밤중 곳곳에서 곡성이 터지던 동네 풍경. 이런 경험은 내 또래 육지인들로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터이다.   

소설에는 예전에 거닐었던 제주 북부의 촌읍에서, 일주도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내가 차를 빌려 다니던 동일주도로 변에 학살당해 널려있었다던 주검들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몇년전 올레길 따라 걸으며  4.3으로 인해 사라진 화북 인근 곤을동 마을 자리를 스쳐갔던 생각이 났다.

회사다니던 시절, 제주도 출신 선배가 언젠가 자기네 마을은 제삿날이 같은 사람이 여럿 있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고 했던 적이 있다. 그제서야 4.3이 제주도 사람들에게 낸 상처가 더 피부로 와닿았던 것 같다. 강요배 선생의 <동백꽃 지다> 화집보다, 더 생생한 당시의 이야기. 근현대사에 무지, 무심했다 싶어서 반성했고, 역시 또 글이, 소설이 갖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독서편력을 생각하며 왜 80년대 작가들을 내가 잘 모르는가 생각해봤다. 어릴 때, 책(수집?) 좋아하던 아버지덕분에 초등생때 이미 삼성출판사판 60권짜리 한국현대문학전집이 있었고, 영문학 전공한 언니가 용돈의 대부분을 90년대 한국문학작품을 소장하여 읽었기 때문에, 곁눈질로 내 또래에 비해서 웬만한 한국소설은 꽤나 읽었다고 생각했다. 당시 8090년대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들의 작품은 꽤 읽었나. 그러나 1980년대 민족문학 계열의 작가는 그 컬렉션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뒤늦게 현기영 선생을 알게 된 것은, 2000년대초 예능 독서캠페인 프로그램에서 <지상의 마지막 숟가락 하나>가 선정되면서다. 그때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몇권의 책을 샀다. 그러나 제주도 땅을 그리 좋아하고 거의 매년 방문했으며, 특별한 인연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사는게 현기영 선생의 저작을 읽지못했다. 아침마다 단편 하나씩 읽고 "변방에 우짖는 새", "지상의 마지막 숟가락 하나"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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