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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카레

느티21 2021. 7. 19. 12:14

돈까스 광인 이야기 하다보니 생각 났다. 

몇년전에 일본 도쿄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일정 마지막 날에, 도쿄시내 진보초 서점가를 돌았다. 그리고선 진보초에 자리한 오래된 노포, 덴뿌라집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비행기로 돌아오기로 마음먹고 나갔는데. 아뿔싸, 하필 그 식당은 문을 닫은 것. 배는 고파오고, 저녁 8시 비행기니 빨리 밥을 먹고 움직여야 해서, 식당을 찾는데 맞은편에 돈까스 식당이 하나 보였다. 

식당의 이름은 '키친 난카이'. 그당시에는 한자 "남해"만 보였던 듯. 이 집도 오후 5시 정각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 집이어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속속 줄을 서는 가운데 나도 섰다. 그리고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테이블 자리에 착석.

아무리 메뉴판을 들여다봐도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없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 히라가나나 겨우 외우고, 10여년전 한달 속성으로 배운 일본어는 당연히 까먹고 가따가나를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주변을 보니 다들 돈까스 카레를 시키는데 엄청 빨리 나온다. 그래 저걸 시키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물어보는 듯 했다. 난 당당히 말했다. "돈까스 카레!" 표정이 영 이상하며 못 알아 듣는다. "돈까스 카레!"

대여섯번 이야기해도 못알아듣네.  "돈까스 커리?" 결국, 종업원이 나를 끌고 나가더니, 식당 입구의 음식모형을 가리키며 집어보란다.. 다 똑같이 생긴데다가 역시 가따가나로 쓰여 있어서 변별 불가. 에라 모르겠다. 대충 시켰다. 

그리고 나온 것은... 고기가 아니라... 감자가 들어간 고로케였다. 가만히 옆자리에서 주문하는 걸 들었다. "가츠-카레" 

까스나 가츠나 그게 그거 아닌겨? 발음도 비슷한데 왜 못알아 듣는거냐고!!!!   

그렇게 유명 돈까스 가게에서 가따가나를 몰라 못먹고, 고로케만 먹고 돌아온 슬픈 사연...  

다음에 도쿄에 여행가게 된다면, 이번엔 꼭 주문 성공해보고 싶다!! "가츠카레 구다사이!"

** 그 식당의 이름은... 도쿄 진보초 "키친 난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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