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는 생각

첫번째 캠핑@포천 캠프운악 본문

걷고 여행하고

첫번째 캠핑@포천 캠프운악

느티21 2021. 6. 3. 03:04

012345678

 

2021년 4월 12-13일. 

포천 캠프 운악 + 국립광릉수목원

 

캠핑에 대한 로망은 20대 시절부터 있었지만, 저질체력에 주말이 확보되지않은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냈다. 대신에 국내 답사와 배낭여행을 다녔다. 30대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일요일에 출근하는 회사에 다니느라 바빴다. 그래도 틈틈히 답사나 산행을 가려고 노력하였으나, 30대 중반 허리디스크가 발병하면서 평지를 중심으로 걸으라고 하면서 이후에 산행은 접었다. 1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는 학교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최근에는 학위논문을 쓰느라 여행 따위는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조용히 은거 아닌 은거 생활을 한지가 1년이 넘었다. 

올 2월 졸업후, 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이에 친구네 부부가 3월 중순경 제안한 첫 캠핑! 럭셔리한 캠핑장으로 쉽게 예약할 수 없는 아주 좋은 자리가 간밤에 낫길래 일단 두 사이트를 예약했다는 것이다. 생각이 있느냐고.. 나는 당근 오케이! 옆에 있는 동거인의 눈치를 쓰윽 살폈더니 주중이라 자기는 어렵다고. 그럼 나만 간다고 선언.

그러나 우리집에 있는 장비라고는 얇은 코베아 그늘막과 이마트에서 산 야외용 매트 뿐.. 친구네 말이 그늘막으로는 봄철 캠핑이 어렵단다. 인터넷 서치를 해보니 텐트의 성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방수인데, 그늘막은 방수가 안되니 봄철 취침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후 네**쇼핑을 두드려보니, 더블월 2인용 텐트는 단돈10만원이면 살 수 있다거라. 본래 일때문에 써야하는 원고가 있었는데, 글쓰기 싫을 때마다, 아니 오히려 본말이 전도되어 공부한다고 컴퓨터 켜놓고는 밤마다 캠핑장비를 검색했다. 몇날며칠 검색하여, 초보 수준에서 적당한 텐트를 추렸다. 

아직 확실히 더 다닐지 어떨지 모르니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배낭에 지고 가서 해변이나 야영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텐트일 것.. 당시에는 오토캠핑과 백팩킹, 미니멀캠핑의 차이도 명확히 몰랐다만서도, 조건에 맞는 것은 일단 가벼운 백팩킹 텐트였다. 나는 허리디스크환자 이므로, 되도록 가벼울 것. 무게는 3kg 이내일 것.  아무리 차에 넣어 다녀도 18-20kg씩 하는 3-4인용 가족용 오캠용 텐트는 감당 불가라고 생각했다. 

2-3일을 서치한 끝에, 대강 수압은 3000mm이내로 자립형텐트이며 그라운드시트-이너-플라이 일체형 구조가 초보에게는 편하다는 정보를 파악하였다. 그래서 결정한 제품은 국내브랜드인 ODC(아웃도어채널)의 '와일드라임 블랙'이었다. 좋은 세상이라 유투브, 블로그에서 사용기며 텐트 설영기도 잘 나와 있었다. 텐트는 이틀뒤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설명서도 없었다. 유투브를 검색해보고, 거실에서 혼자 텐트를 치는데 성공. 긴 폴대 2개를 X자로 걸고, 양면 입구 부분의 천정을 올려주는 짧은 폴대 하나만 얹으면 끝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 걸?

텐트를 보더니 마음이 달라지는 옆지기. 왜 집놔두고, 밖에서 한데서 잠을 자냐고 구박하던 옆지기를 설득하여, 캠핑가기 일주일 전에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2인용 침낭과 스탠리 어드벤처쿡세트, 설거지통을 구매했다. 캠핑 다니려면 침낭은 꼭 있어야할 것 같아서. 

대망의 캠핑 당일.. 옆지기는 출장에 다음날 재택근무가 겹쳐서 다행히 동행이 가능했다. 출장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하기로... 홀로 짐챙겨 캠프운악으로 향하는데, 올해 유달리 일찍 시작한 벚꽃이 지는 시즌인데, 경기 북부는 이제사 만개하더라. 마지막 벚꽃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했다. 

오후 1시 반 무렵 도착하여, 전날부터 캠핑 와 있던 친구네 부부와  점심을 먹었다. 낮부터 와인 한 잔을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데 정말 호젓하니 좋다. 이 구역은 C구역으로 자리가 딱 세 개 뿐인데, C1과 C2는 가까이 붙어있고, C3가 살짝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C1과 C2 사이에는 큰 돌과 키 큰 나무가 있어서 여름, 가을에는 제법 그늘도 드리우겠다 싶었다.

저녁 무렵 옆지기가 합류하여, 어묵탕에 고추장양념 돼지고기 구이를 곁들여 먹으니 꿀맛. 화롯대에 꼬치니 뭐니 각종 캠핑음식을 섭렵. 공기 좋은데서 먹고 마시니 취하지도 않는다.  밤 11시쯤 정리하고, 취침. 다행히 전기가 되는 캠핑장이어서, 전기요를 갖고 가서 따뜻하게 잤다. 다만 캠핑장 주변으로 국도 44번이 지나가서, 야간에 트럭 소리가 크게 나더라. 이른 새벽부터 각종 새가 우짓어서 안깰래야 안깰 수가 없더라. 4월 초라, 새벽에 화장실 갔다오던 옆지기 말로는 호수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는데, 밍기적 거리다가 8시에 나와보니 이미 물안개는 사라지고 쾌청하다. 맑은 아침 공기 한번 쐬고, 산책도 하고.. 찌뿌둥한 몸을 깨우느라 샤워도 했는데, 샤워실이 엄청 좋다. 캠핑의 맛은 야외에서 내리는 커피인듯. 멍 때리며, 커피 한 잔 마시고, 간단히 아침식사하고 철수 준비. 우리야 짐이 없어서, 침구류와 텐트, 의자만 접으면 되니 간단했다.

정리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 캠핑장의 묘미인 대형 트램펄린에 가서 어른 넷과 꼬마 하나가 완전 신나게 방방 뛰었다. 트램펄린은 대체 몇십년만인지.. 어릴 때도 무서워서 안타던 것인데. 여기서는 평지에 아래를 파고 만들어놔서 겁없이 노닐 수가 있었다. 

철수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광릉 수목원에 몇년만에 들러 신록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많이 걸었다. 이곳의 벚꽃은 이미 졌으나 잣나무 울창한 숲이 꽤 좋았다.  

그렇게 첫번째 캠핑을 마무리! 

[캠프운악의 장점]

1. 호젓하고 조용. 작은 개울과 언덕, 평지, 호숫가 등 다채로운 지형위에 사이트를 구축.  

2. 깔끔한 시설과 관리. 화장실-샤워실-개수대 모두 깨끗하고 샤워실이 1인1실로 분리 운영되서 좋더라. 온수도 잘 나오고. 

3. 어른도 빠져드는 트램펄린

굳이 단점을 꼽자면, 새벽녘 국도를 따라 달리는 트럭의 굉음과 예약하기의 어려움 정도??

'걷고 여행하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3nd camping. 2021.5.20-22. 연천 고대산 자연 휴양림  (0) 2022.05.06
2021/3 통영 봉수골  (0) 2022.01.09
2021 여행 & 캠핑  (0) 2022.01.09